개소리 왈왈2008. 11. 25. 00:14




문득 MSN을 둘러 보다가 간만에 보는 대화명들에 마음이 찡하다.
이제는 볼 수 없는 차가운 재가 되어 대전에 모셔져 있는 후배.
이녀석의 시간은 아직도 2006년 11월 에 멈춰 있다.

이녀석을 잃은 이후로 군대 가는 모든 후배들에게 이야기를 한다.
절대 군대에서 능력 100% 보이지 말고, 적당히 남들 하는 만큼만 해라




군대 전역 한달 전...


사인은 뇌수막염.
직접적인 원인은 과로로 인한 면역력 약화 일려나.. 군병원에서도 민간 병원에서도 별 원인을 밝혀 내지 못하고
근 이주일을 앓다가 저 세상으로 가버린 내가 가장 아끼던 남자 후배이다.
나랑은 손발이 착착 맞을 정도로 남일을 무시하지 못하고 앞서서 도와주는 성격이라
군대 갈때에도 부디 나 처럼 고생하지 말고, 튀지 말고 적당하게 남들 하는 만큼만 하라고 이야기 했거늘
후임복이 지지리도 없어서 혼자서 고군분투 하다가 결국에는 계단에서 실신해서 구르고는 그 이후로는 일어 나지 못했다고 한다.


학교 후배들과 찾은 삼일장 날.


학교 후배들과 장례식장으로 갔고, 떠나지 않는 발에
익숙하지 않은 후배들과의 자리가 꺼려지는걸 하늘에서 눈치를 챘었는지

맑은 하늘 밤 9시에 갑자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.
"형 왔어"
"응. 나 갈께"

마음속에서 이런 말이 들리고, 나도 모르게 대답을 했다.
형 왔어? 형 왔어. 어느건지도 모를 미묘한 어감에
그래도 그 녀석이 마지막 인사로 비를 뿌려준다는 생각에 조금은 가볍게 발을 돌릴 수 있었다.




그래도 떠난 지금에도 사람들이 와서는 싸이에 글을 남겨 주는걸 보면
"넌 잘 살았구나" 싶다.

내가 죽어서도 사람들이 내 블로그, 내 흔적이 남아 있는 곳에 와서 한번쯤은
술안주 삼아 이야기를 해줄려나...
Posted by 구차니